5대 시중은행이 과점 체제에 기대어 '이자 장사'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가운데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 활성화를 유도해 유효 경쟁을 촉진할 전망이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정책의 경우 '오픈 포지션'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이 인가 규모와 시기를 주도하는 대신 요건을 갖춘 신청자가 있을 경우 언제든지 심사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29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이르면 다음 주 5대 시중은행의 과점을 깨고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은행 돈 잔치'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4개월 넘게 관련 논의를 진행해왔다.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의 과점 체제를 흔들기 위한 경쟁 촉진 방안들이 주된 논의 대상이었다.
구체적으로 인가 세분화(스몰 라이선스),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 인터넷 전문은행·시중은행의 추가 인가,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이 거론돼왔다.
특히 최종안에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와 관련해 완화된 분위기가 담길지가 관심사다.
당장 카카오뱅크[323410], 케이뱅크, 토스뱅크의 뒤를 잇는 제4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 수요가 있을 경우 언제든지 인가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과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인가 당시에는 금융당국이 최대 인가 기업 수와 신청 시기 등을 발표한 뒤 그에 맞춰 절차를 진행해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인터넷은행 인가 관련 문이 닫힌 분위기가 있는데, 그게 아니라 언제든 법상 요건만 갖췄다면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간 금융당국은 지방은행 중 자본금·지배구조 요건을 갖춘 곳에 시중은행 인허가 내주는 방안 등을 검토해왔다.
은행권 지급결제 업무를 비은행권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막바지까지 진통을 겪으며 조율이 필요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권에 지급결제 업무가 허용될 경우 은행 핵심 기능인 수신 및 지급 결제 부분에서 유효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가장 이목이 쏠렸던 인가 세분화와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은 최종안에서 빠지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과점을 흔들 수 있는 새로운 플레이어 예시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을 제시한 바 있는데, SVB가 파산하면서 관련 논의가 동력을 잃었다.
SVB 파산으로 특화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이나 부실 우려가 부각되며 '신중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화은행이나 스몰 라이선스 등은 SVB 파산이 준 시사점을 고려해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도 "막바지 결론 도출에 진통을 겪고 있긴 하지만 특화은행이나 스몰 라이선스 관련 결론이 바뀌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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