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조국은 파렴치한 가족 범죄의 몸통
-그가 사회주의 신념 포기했는지 전향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
“인간의 영혼이 빛나기 위해서는 밥이 있어야 하며, 영혼의 그릇인 밥은 공평하게 나뉘어야 합니다. 그런 내 신념은 자연스럽게 사회주의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사회주의를 노동자 생명의 깃발이라고 부르는데 당신들은 나를 죽이고 사회주의와 노동자의 영혼마저 죽이려고 합니다.”
시집 ‘노동의 새벽’ 박노해가 젊은 시절 토해냈던 법정 최후진술이다. 그게 그에게 사형 구형이 내려진 1991년 8월 19일 상황이다. 직후 포승에 묶인 채 어수선하던 법정을 막 빠져나오던 박노해에게 교도관이 짧게 전해준 세상 소식이 놀랍게도 ‘소련 쿠데타 발발’ 이었다. 사회주의의 조국이 무너져내린다는 뉴스는 또 다른 천둥벼락이었다고 훗날 박노해는 회고했다.
직후 1년여 감방에서 신념의 뿌리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번민 속에서 그는 거듭났다. “절대진리이자 이상향으로 믿었던” 사회주의란 실제론 “숨 막히는 절대주의와 부패”로 전락한 프롤레타리아 독재임을 깨우쳤다. 민중을 위한 자신의 투쟁이란 명분 역시 “거대한 위선”이란 반성도 했다. 이 모두 25년 전에 나온 그의 책 <오늘은 다르게>(해냄출판사)에 나오는 고백이다.
박노해는 백태웅과 함께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약칭 사노맹)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사노맹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사회주의를 내걸고 1989년에 등장했던 자생적 혁명 조직이었다. 지금의 주류 운동권인 주사파와 갈래가 좀 다르다지만, 공산주의에 대한 신념은 결국 그게 그거라고 보는 게 맞다. 문제는 사노맹의 곁가지 인물에 불과했던 조국혁신당의 당 대표 조국이 요즘 날뛰는 모습이다.
그가 이끄는 당은 지난 총선 비례정당 투표에서 687만4278표(24.6%)를 득표, 무려 12석을 얻었다. 창당 한 달여 만에 22대 국회 원내 3당으로 벌떡 일어선 것이다. 실로 곤혹스럽다. 두 가지 점 때문이다. 우선 그는 세상을 경악하게 만든 온갖 파렴치한 가족 범죄의 몸통이 아니던가?
그리고 이 대명천지에 사회주의-공산주의(헷갈릴 필요 없이 이 둘은 하나다)에 대한 옛 신념을 여전히 품고 있는 얼뜨기다. 전향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전부터 그는 “내가 사노맹 출신이라는 걸 자랑하지 않지만,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고 호언했다. “사회주의도 민주주의의 범위에 있다”고 2018년 인사청문회장에서 밝혔던 것도 다름 아닌 조국이었다.
오죽했으면 인터넷 백과사전 ‘우남위키’는 그를 이렇게 조롱하듯 정의하고 있을까? “조국 = 사노맹으로 사회주의 이념의 정수에 서고 사모펀드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혜택을 제일 많이 누린,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두루 섭렵한 융복합 인재.” 조국이라는 우리 시대 위선자에 대한 빼고 더할 필요 없는 정확한 정의라서 무릎을 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가 최악의 위선자에 더해서 말도 못할 ‘허세의 덩어리’라는 걸 아는 이는 다 안다. 놀랍게도 그런 조국은 요즘 그야말로 전성기를 누린다. 세상이 다 알 듯 그는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탄핵 쓰나미부터 조국혁신당의 조국이 상황을 주도하고 있으니 기도 안 찬다. 당초 총선 과정에서 “윤석열에게 3년은 너무 길다”는 조국혁신당의 슬로건부터 그걸 예고한 바 있다.
그래저래 조국은 한국정치판의 가장 불길하고 위험천만한 존재가 될 게 분명한데, 요 며칠 새 더욱 점입가경이다. 지난 3월 22일 그는 민주당 대표 이재명에게 "윤석열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하기 전에 범야권 대표 연석회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재명 이 야권 대표들을 만나 총의를 모은 후 윤 대통령을 만난다면 더 큰 힘이 실릴 것이란 논리다.
그 이틀 전인 3월 20일 조국은 윤 대통령을 향해 자신과의 회동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그뿐 아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10개 요구사항도 발표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비롯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노란봉투법·양곡관리법·간호사법·방송3법도 수용하라는 독촉이다.
요구 사항에 윤 대통령 음주 자제, 김건희 여사 인맥 정리, 극우 유튜버 방송 시청 중단도 들어있다. 물론 조국이 이렇게 날뛰는 건 자신의 범죄자 이미지를 덮어버리려는 의도 외에 다른 게 없다. 사실 그는 뇌물수수·직권남용·사문서 위조 등 10여 가지 범죄 혐의자다. 그리고 1,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지 않았던가?
반복한다. 조국은 향후 1~2년 한국정치판의 가장 불길한 존재가 될 게 분명하지만,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두루 섭렵한 융복합 괴물’에 불과하다. 나는 그의 실체를 ‘한국정치의 애물단지’ 내지 ‘이번 총선이 만들어낸 정치적 사생아’라고 본다. 잘못된 민심이 잠시 띄워준 하루살이 정치인에 불과하다. 그런 그를 두고 최근 자유일보 사설은 이런 멋진 제목을 달았다. “조국은 감방으로, 국회는 특권폐지로.” 오케이! 나 역시 백 번 천 번 공감한다.
칼럼니스트 소개
조우석
현) 평론가
전) KBS 이사
전)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
전) 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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