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욱 칼럼] 참 잘 생겼다 우리 선수들
[강신욱 칼럼] 참 잘 생겼다 우리 선수들
  • 신성대 기자
    신성대 기자
  • 승인 2024.08.1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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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덕분에 행복했고, 뭉클했고, 그리고 자랑스러웠다."
"윤대통령은 선수단 '전원에게' 식사 한번 대접하면 좋겠다."
강신욱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폭염을 그나마 견디게 한 17일간의 파리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대회 직전 회장이 하도 조심스레 예측을 해서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대회가 진행될수록 모두가 "어 뭐지? 그럼 그렇지." 하며 더위를 식혔다. 의도적이었든 의도하지 않았든 대한체육회장의 메달 예측은 크게 빗나갔고 이래저래 비판을 자초한 꼴이 됐다. 요즘 같이 데이터를 통한 과학적 분석이 정교한 시기에 회장의 이런 대국민 보고는 불순한 의도를 의심받기에 충분했다. 이 정도면 차라리 예측 안하는 게 맞다.

대한민국의 자랑 안세영선수의 분노에 찬 항의는 그냥 있는 그대로 받으면 좋겠다. 협회도 분명 억울한 측면이 있겠지만 선수들이 속상해서 하는 얘기는 귀담아 듣고 다음에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진정성 있게 뒤돌아보고 추스리면 된다.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진상 조사를 한다고 하니까  자꾸 변명하고 대응하는 것은 문제를 엉뚱한 방향으로 키울 수 있다. 젊은 선수가 오랜 시간 가슴에 담았던 서운함을 용기 내  토로하면 어떻든 미안하다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게 집행부와 어른들의 태도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이 정도였나 싶을 정도로 멋졌다. 기량도 인물도 태도도 심쿵하기에 충분했다. 이전에는 외국의 어느 선수들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외국의 어느 젊은이들보다 앞서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비단 나만의 느낌이 아니었다. 주변 지인들 모두의 얘기였다. 국력도 그렇지만 선수들 개인의 엄격한 자기관리가 실감되었다. 그 고된 훈련을 이겨낸 젊은이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인물들이 좋았다. 정말 자랑스러웠다.

화려함과 자랑스러움 뒤에는 그림자와 곤란함이 있다. 4년 뒤 LA올림픽에서도 태극 전사들의 멋진 모습이 재현될지는 미지수다. 가장 불투명한 게 뒤를 받쳐줄만한 선수층이 옅다는 것이고,  지금 좀 부족하더라도 미래 자원이 든든할까인데 그게 솔직히 믿음직하지 못하다. 스포츠판의 기초 내지 근간이 많이 불안정하다. 문제의 진단이 엄중해야 함은 해결의 시작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 전망과 추진 방향, 구체적인 추진 과제가 촘촘히 설계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이 때 어쭙잖은 전문가, 탁상공론을 일삼는 전문가가 나서면 또 망가진다. 현장 전문가,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체육인들의 경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평생 운동선수 한 번 안해 보고, 운동선수 한 번 가르쳐 본 적도 없는 얼치기들이 또 그럴듯한 선수 육성 그림 들고 설치게 해서는 안된다.

행복했다. 뭉클했다. 그리고 자랑스러웠다. 메달리스트는 물론이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지 못한 선수라도 우리 선수들은 멋졌다.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모습이 아니었다. 행동 하나, 말 하나 그야말로 월클 젊은이들이었다. 비록 이번에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선수들은 속이 상하겠지만 실망할 필요없다. 다음 기회가 또 있다.

바쁘시겠지만 윤대통령은 선수단 '전원에게' 점심이든 저녁이든 식사 한번 대접하면 좋겠다. 선수들은 대접 받을 과분한 수고를 했고, 비록 밤잠을 설쳤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이들 덕분에 오랜만에 감동받고 행복했다. 선수와 지도자 여러분 수고 많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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