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특례시, '숨은 영웅' 찾아 유공시민 표창 수여식!
창원특례시, '숨은 영웅' 찾아 유공시민 표창 수여식!
  • 이승훈
    이승훈
  • 승인 2023.12.2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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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한 아파트 화재 현장서 모녀 구한 '시민 영웅', 창원시장 표창 받아
'의인' 박영재 씨, “트라우마 입어도, 또 다시 사람 구하고 볼 것”
시정발전 유공시민 표창 수여식 후 홍남표 창원시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박영재 씨 모습./사진=창원시

25일 크리스마스 새벽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30대 아이 아빠 두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타깝게도 아내와 아이를 살리고 정작 본인은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났다. 

경남에서도 이와 유사한 참변이 일어날 뻔 했다. 다행스럽게도, 이곳을 우연히 지나던 50대 회사원의 발빠른 대응으로 위기에 처했던 부녀의 목숨을 구한 일이 있었다.

지난 8월 17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아파트에서 에폭시 공사 도중 화재가 발생해 소방서 추산 8000만 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내고 약 40분 만에 진화가 됐다. 당시 화재로 중학생을 포함한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당시 지역언론에서도 이 화재를 긴급히 전할 정도로 위급한 사고였다. 

화재 발생 후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도록 교통정리에 나서, 화재 사고를 도왔던 한 청원경찰이 '시민영웅'으로 조명됐다. 하지만 화재 사고 이후, 화재 현장에서 모녀를 구한 '용감한 시민'이 따로 있었다는 이야기가 주민들 사이에서 회자되면서 용감한 시민의 정체에 관심이 쏠렸다. 급기야 그 시민영웅 찾기에 나선 것. 

그리고 마침내 화재 당시 아파트 2층에서 뛰어내린 모녀를 받아서 구한 시민영웅을 뒤늦게나마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을 회사원이라 밝힌 박영재(58세, 남)씨가 바로 그 화제의 주인공이다.

창원시장 표창을 받은 박영재 씨 모습./사진=창원시

모녀를 구하고 왜 현장에서 사라졌냐는 질문에 그는 "2층 베란다에 매달려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여중생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40대 엄마를 뛰어내리게 해 아래에서 받아냈다. 그런데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았고, 그래서 근처 약국에서 진정제를 사 먹은 후 다시 화재 현장으로 돌아왔는데 어느 정도 진압이 된 것 같아 집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라며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화재 현장을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날 야간 근무라서 오후 4시쯤 일어나서 산책을 하는데 ‘쾅쾅’ 하는 소리가 들려 살펴보니, 우리 집 옆동 아파트에서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았다. 그래서 큰일났구나 싶어 쫓아가니 중학생이 베란다에 나와서 살려달라고 소리지르고 있었다. 하필 그때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아, 경비실로 달려가 소방서에 신고해 달라고 요청하고 화재 현장으로 다시 달려갔다”라며 설명했다.

그 사이 불길은 더욱 더 거세졌다. 박씨는 2층 베란다에서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여중생을 보게 됐고 뛰어내리라고 외쳤으나 무섭다며 뛰어내기를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자 박 씨가 "안 뛰어 내리면 큰일난다. 아저씨가 충분히 받을 수 있으니까 뛰어내려라"라고 말에 뛰어내린 여학생을 박 씨가 팔로 무사히 받아냈다.  

안도의 숨을 쉴 새도 없이 여학생이 "집 안에 엄마, 아빠가 있어요"라고 말하길래, 가슴이 철렁내렸다는 박영재 씨! 그리고 여학생의 엄마에게 소리쳐 베란다로 나오게 했다. 그리고 "뛰어내리라"라고 또 다시 외쳤다. 여학생의 어머니는 뛰어내리기를 머뭇거렸고, 마침 더 거세진 화마가 어머니를 덮쳐 몸에 화상을 입게 됐다. 그리고 결심한듯 어머니는 박 씨를 향해 몸을 날렸고, 박영재는 또 다시 여학생의 어머니를 받아냈다. 그 후 박 씨는 경비원과 함께 모녀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 후,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남편은 현관으로 나와 재앙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제서야 시민 영웅 박영재 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박 씨를 보는 아내의 마음은 어떠할까?

박 씨의 아내 안지윤(58) 씨는 “남편은 평소 운동도 많이 하지만 성격적으로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라며 “연애 때는 그런 성격이 좋았는데 지금은 너무 속상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을 구해놓고도 자신은 화재 당시 트라우마로 사나흘 정도 잠을 설쳤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몸 좀 사리면서 다니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내 아내는 포기한 듯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기 때문에 하지 말라 해도 안 할 사람이 아닌 것을 안다”라며 “또 구한다고 나서더라도 성격이 그러니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 그냥 많이 도움을 주는 게 오히려 자신이 편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영재 씨는 “생전에 이런 일이 나한테 닥칠지 몰랐다. 다 남의 일이거니 생각했지만, 내가 그 당사자가 될 줄 몰랐다”라고 하면서 자신은 “사실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나 자신에게 뿌듯했고 칭찬을 속으로 많이 했다”라며 쑥스러워했다. 

이어 그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 뿌듯했지만, 다시는 이런 화재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사고는 언제 일어날 지 모르니 우리 모두가 방심하지 말고 화재 예방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으면 한다"라고 화재 예방을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트라우마를 겪었는데도 또 다시 화재 현장을 지나가다 사람을 구할 거냐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합니다. 구해야 됩니다. 일단은 구해야 됩니다”라고 해 주변을 다시금 숙연케 했다.

한편 박영재 씨는 27일 창원시청 시민홀에서 열린 ‘2023년도 4분기 시정발전 유공시민 표창 수여식’에서 인명 구조에 앞장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공헌한 의인으로 선정돼 창원시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당초 창원소방본부 마산소방서로부터 지난달 9일 ‘소방의 날’에 맞춰 감사장을 받기로 되어 있었으나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이번에 시장 표창을 받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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