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를 만난다. 한두 차례 준비회동에서 의제 조율이 안 되고 난항을 겪더니 결국엔 만나기로 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의제 제한을 두지 않고 이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 보려고 했고, 이 대표 측에서는 항복문서에 서명이라도 하라는 것처럼 전제 조건이 많았다. 거대 야당의 무리한 요구에 대통령실의 반응이 시큰둥하고 국민의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자, 이 대표가 무조건 만나자고 제안했다. 처음부터 그랬어야 했다.
사법 리스크에 몰린 이 대표는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사법적 절차를 미루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수사와 재판을 정치적으로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 이화영의 번복되는 진술에 사법부를 비난하더니, 검찰총장의 경고에 이 대표는 비난 수위를 낮추고 꼬리를 내렸다. 이화영의 말을 전부 사실이라고 하면 대북 송금과 관련해서 이화영이 이 대표에게 여러 차례 보고했다는 말도 사실로 인정해야 했다. 그렇게 되면 이 대표 스스로 유죄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 다가오는 구속 위기에 이 대표의 마음이 바빠졌다.
지도자는 정의의 수호자가 돼야 한다.
양자회담이든 영수회담이든 명칭은 중요하지 않다. 두 사람이 만나서 민생을 살리기 위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국민이 그것을 원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이다. 국민만 바라보고, 대한민국을 살릴 방법을 찾아주길 바란다. 이 대표는 총선을 통해 들은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대통령은 들은 말 중에서 필요한 것을 국정에 참고하면 된다. 그 이상은 필요 없다. 어떤 경우라도 이 대표의 수사와 재판은 계속돼야 한다. 그것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까지 이 대표에 대한 재판이 많이 지연됐다. 법은 법대로 처리하면 된다. 대통령을 포함한 지도자는 정의를 수호해야 한다. 법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 양보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고 대통령으로 뽑은 보수우파 진영에서 보면, 기대보다 사법 정의가 더디게 세워지는 느낌이다. 그것을 모르지 않을 대통령이 지금까지 한 발짝 물러선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대통령 스스로가 법을 잘 아는 법치주의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지자들이 이재명과 조국을 빨리 구속하라고 외쳐도, 수사와 재판에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기에 법치주의자인 대통령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 피의자 신분의 이재명 대표와 대통령이 단독회담을 하게 되면, 자칫 사법부에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될까 염려해서 만남을 꺼렸다. 그래도 총선을 통해 확인한 민심이 야당과 협치하라는 것이기에, 늦었지만 대통령이 이 대표와 양자회담을 갖게 됐다. 회담을 통해 민심을 전해 듣고 협치의 물꼬를 트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필요 없다.
어떤 사람은 22대 총선 결과에 실망해서 “한국을 떠나야겠다”고 탄식했다. 이해는 하지만 동조하고 싶지는 않다. 경기에서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데, 한 번 졌다고 해서 앞으로의 모든 시합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패인을 분석하고 다음에 이길 방법을 찾는 것이 더 바람직한 행동이다. 각자 맡은 바 위치에서 자기 일을 묵묵히 수행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국민은 국민의 자리에서 의무와 권리를 행사하면 된다. 대통령은 대통령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정당과 대표도 각각의 소임을 다하고, 사법부는 사법부의 일을 법대로 수행하면 된다. 대한민국 역사는 계속될 것이고, 어떤 경우에도 협치가 법치를 훼손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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