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보여행, 야고보 사도의 길 순례 가이드 “그랑드 랑도네” 출판
유럽도보여행, 야고보 사도의 길 순례 가이드 “그랑드 랑도네” 출판
  • 김으뜸 기자
    김으뜸 기자
  • 승인 2024.03.3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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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으뜸 기자/후】 길 위를 걷는 랑도너는 어떤 시선에 머물까? 2,800km 125일간의 대장정 기록, 우연히 마주친 생경한 자연, 그리고 낯선 사람들, 낯선 풍경... 랑도너의 의미와 재미를 펼쳐가는 도서출판 <등>의 [그랑드 랑도네]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사진 / 야고보 사도의 길 순례 가이드 “그랑드 랑도네” 출판 표지
사진 / 야고보 사도의 길 순례 가이드 “그랑드 랑도네” 출판 표지

“두발로 풍경을 가로지르며 읽는 것이 일상인 랑도너” 이 책의 저자 김길지는 저자소개를 이 한줄로 가늠한다.

2800km 끝없이 이어지는 길 위에서 써내려간 125일간의 기록은 단순히 여행의 기술이나 자연의 풍경, 작가의 감상을 넘어선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나는 모든 순간의 기록이다.

길고 아름다운 만큼 풍경의 단조로움, 발이 부르트는 통증과 다리의 경련, 목보호대를 두르고 이웃과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던 육체적 고단함이 동반된다.

천년이 넘도록 수많은 사람들이 걸었던 이 길 위에서 저자가 포착한 시선은 ‘사람’이다. 조가비와 방향 안내 표시를 찾아 길 위를 걷는 친구들, 어느 낯선 마을에서 만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은 각각 다른 목적을 두고 자기만의 길을 걷는다

관계, 용기, 소통에 관한 고민을 쏟아내며 답을 찾아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 길 위의 사람들을 보며 저자는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방향이 정해졌다면 어느새 우리는 그 지점에 도달해 있을 거’라며 끊임없이 성찰한다.

이 책은 총 7개의 나뉘어져 있다. 1부 고도로부터 권유, 2부 벨기에-오래된 마을, 오래된 이야기, 3부 프랑스-작은 수도원들, 4부 프랑스편-몸에 가지를 키우는 사람들, 5부 스페인-울트레이아, 6부 스페인-케이크 위의 빨간 체리, 7부 르네상스로 나눠져 있다.

나에게‘순례巡禮’란 내 여정을 쉬엄쉬엄 따라가며 현지現地를 읽어내는 것이다. 성지聖地라 함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신비함과 존귀함을 품은 인류의 유산이라 일컬어지는 곳이다. 하지만 내가 더 관심을 두는 것은 유적과 함께 스스로의 역사를 들려주고 문화의 향기를 피워내며‘오늘’을 사는 사람들이다. 생생한‘현재’에 다가가려는 것이다. 사람과 문화의 내면을 최대한 풍부하게 읽어내되, 주어진 상황에 거스르지 않고順 충실하게 따라가는 것禮이다 (p.75)

청동 집달팽이였다. 그녀의 긴 설명 속에서 에스카르고(달팽이)와 상징이란 단어가 귀에 걸렸다. 달팽이는 나뮈르 사람들의 느긋함을 상징한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의 잦은 범람과 기근,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이곳 사람들의 삶이 팍팍해지자 이 고장의 이름난 만화가인 장 르그랑Jean LeGrand이 한 일간지에 느린 삶을 살자는 뜻으로 삽화를 기고했다. 그 뒤로 시민들이 에스카르고를 여유로운 삶의 상징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내게 이 집달팽이는 꿈을 옮기며 천천히 여유롭게 가라 일깨우는 상징물로 다가왔다. 대장정의 출발점을 제대로 찾아온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이 길을 가는 내내 금쪽같이 여겨야 할 화두를 얻은 셈이었다. (p.26-27)

쪽문 위로 늘어진 줄을 당기자, 초콜릿색 수도복을 입은 통통한 접객 수도사가 나타났다. “순례자의 안식처는 도나티브!”순례자의 형편에 따라 기부 형식으로 숙박비를 지불하는 것이다. 클라라 수녀원과 달리 이곳은 레페 맥주의 수혜를 톡톡히 입는 모양이었다. 뒤따라 들어오던 남자는 책망을 들었다. “이틀씩 묵을 수 없는 곳이니 이해해 주세요.”

순례자에게는 암묵적 규율이 있다. (p.37)

“프랑스로 건너갔다 왔다고요? 우린 도로를 따라 곧장 왔는데.” 마제 마을에서 스쿠트 대원들을 다시 만났다. 순례길도 곧고 빠른 지름길을 내며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을과 마을을 지나며 만든 순례길에는 필시 들러야 만하는 어떤 이유가 있다. 그것들은 이 길을 걸으며 읽어내야 할 것들이었다. 내가 이 길을 걷는 이유이기도 했다 (p.50)

숲은 도적떼의 은신처이자 멧돼지, 늑대 같은 야생동물의 출몰로 인해 여행자에게 위협적인 공간인 반면, 사냥꾼들에게는 낙원이었다. 하지만 그 밀폐성과 모호함, 공포와 경이로움을 자아내는 세계는 늘 이야기꾼들에게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퍼올리는 보물창고와 다름없다 (p.54)

저자는 2,800km 125일간의 산티아고 순례길의 모든 순간을 담았다며, 많은 사랑을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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