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10곳 중 6곳, 회계 관련 자료 요구 ‘묵살’
노조 10곳 중 6곳, 회계 관련 자료 요구 ‘묵살’
  • 김진선 기자
    김진선 기자
  • 승인 2023.02.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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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곳 중 120곳만 정부 요구대로 보고…2주 시정기간 뒤 과태료·현장조사 양대노총 반발…노동장관 '직권 남용' 책임 묻고 ILO 제소 검토하기로

정부가 일정 규모 이상 노동조합에 재정 운영에 관한 자료를 보고해달라고 요구한 결과 전체 40%도 안 되는 곳만 요구대로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노동 개혁'을 국정 핵심과제로 추진하는 가운데 노조 재정 투명성 강화 요구에 노동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노정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15일 조합원 수가 1천명 이상인 단위 노조와 연합단체 총 327곳에 회계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결과 120곳(36.7%)만이 정부 요구에 따라 자료를 제출했다고 16일 밝혔다.

노동부는 "노조 자주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조가 자율적으로 비치·보존 여부를 점검하고, 겉표지와 내지 1쪽씩 첨부하도록 하는 등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보고하도록 했다"며 "이런데도 대다수(63.3%·207곳)가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7곳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153곳은 자율점검 결과서나 표지는 냈지만 내지를 제출하지 않았고, 54곳은 자료를 아예 제출하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는 양대 노총(한국노총, 민주노총)이 내지를 제출하지 말라는 내용의 대응 지침을 배포한 데 따른 것으로 노동부는 풀이했다.

노동부는 "노조 회계 투명성에 대한 국민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회계 투명성과 관련한 법을 위반해 '깜깜이 회계'라는 불신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자료를 제대로 낸 노조 비율을 상급 단체별로 살펴보면 한국노총 38.7%(173곳 중 67곳), 민주노총 24.6%(65곳 중 16곳)다. 양대 노총보다 규모가 작아 하나로 묶은 전국노총과 대한노총, 미가맹 노조의 경우 41.6%(89곳 중 37곳)가 제대로 제출했다.

조직 형태별로 제대로 제출한 비율은 기업별 노조 46.3%, 산별노조 등 초기업 노조 30.4%,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연합단체 20.3%다.

사회적 책임이 큰 연합단체와 산별노조가 기업별 노조보다 현행법상 의무를 지키지 않은 비율이 높은 것은 문제라고 노동부는 지적했다.

앞서 노동부는 작년 12월 29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약 한 달간 노조가 재정 상황을 스스로 점검하도록 자율점검 기간을 운영했다. 이어 334곳에 점검 결과 보고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는데, 이 중 7곳은 2021년 이후 해산 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해 연말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노조의 사회적 위상이 높아진 만큼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정부는 설명했지만, 노동계는 '노동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대통령과 총리의 발언에 이어 노동부는 노조의 서류 비치 의무를 규정한 노조법 제14조, '노조는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경우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한 같은 법 제27조에 따라 자체 점검과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노동부는 이번에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207곳에 대해 후속 절차를 진행한다.

우선 오는 17일부터 2주일에 걸쳐 시정 기간을 부여한다. 노조는 이 기간에 노동부 본부나 지방 관서에 출석하거나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해 소명할 수 있다.

시정하지 않을 경우 이르면 다음 달 15일 과태료 부과 절차가 시작된다. 노동부는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소명도 하지 않은 노조에 대해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른 현장 조사도 한다. 현장 조사를 거부·방해·기피하면 역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노동부는 노조 회계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높이기 위해 회계 공시 제도 도입, 회계감사원의 전문성 강화, 조합원의 열람권 보장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제도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오는 3분기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상태다.

이정식 장관은 "노조가 위법 사항을 스스로 시정하도록 독려하고, 점검 결과 발견된 법 위반 사항에 대한 후속 조치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양대 노총은 노동부의 이번 요구를 다시 한번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일정 규모 이상의 노조에 일률적으로 자료 보고를 요구하는 것은 노조법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노조 운영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개입이며, 위법한 월권행위임"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노조 자주성 침해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노동부의 시정 지도와 과태료 부과 방침에 응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전날 면담에서 노동부가 과도한 현장 점검을 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노조 때리기'를 계속하면 이 장관에게 '직권 남용'의 책임을 묻고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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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제수 2023-02-18 16:38:18 (121.146.***.***)
숨기는 자가 범인이다 숨기는 놈들에겐 가차없는 처벌만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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