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가 고양시 덕이동과 김포시 구래동 데이터센터 착공신고 반려처분을 취소하고 건축물 착공신고를 수리하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에코넷과 행·의정 감시네트워크 중앙회 등 시민단체는 18일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한 경기도 행심위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했다.
김포시는 지난 7월 구래동 데이터센터의 주민공청회 부재를 이유로, 고양시는 8월 덕이동 데이터센터의 주민 상생 대책 미흡을 이유로 각각 착공신고를 반려했으나, 경기도 행심위는 이를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행심위는 “착공 반려는 실체상의 사유가 아닌 보완사항 미이행으로 판단해야 하며, 이는 반려 근거로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이번 결정을 통해 기업의 이익은 보호되면서 지역 주민의 권리는 외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선홍 글로벌 에코넷 상임회장은 "기업의 권리를 구제하는 행정심판이 오히려 주민 피해를 키우고 있다"며, 데이터센터가 IT 산업에 필수적인 시설임을 인정하면서도 아파트 밀집 지역에 건설하는 것은 주민들의 피해를 무시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덕이동에서는 시행사가 착공 허가를 받은 뒤 주민설명회를 진행했으나, 주민대표 단체는 이를 "형식적인 절차"라며 비판했다.
이라희솜 덕이동 주민자치회장은 “주요 단체와의 사전 협의 없이 공문 한 장으로 설명회를 통보하는 것은 주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말했다. 덕이동 데이터센터는 2만여 명이 거주하는 주거 밀집 지역 인근에 위치하며, 50m 거리 내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학교가 있어 주민들의 우려가 크다.
탄중일 주민대책위원회 이정환 위원장은 데이터센터 운영 예정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직접 주민과 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현재의 설명회 방식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운영사가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 반복되면 주민 피해가 가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포 구래동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연면적 9만5000㎡ 규모로 지어질 예정인 데이터센터의 인근 주민들은 전자파, 소음, 열섬현상 등에 따른 건강 문제를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행·의정 감시네트워크 중앙회는 데이터센터가 법적으로 유해시설로 분류되지 않아 지자체가 이를 막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기 어렵다고 설명하면서도,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이번 사태는 데이터센터 건설의 필요성과 주민 피해 방지 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특히, 주민들과의 충분한 소통 및 상생 방안 마련 없이 진행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주민 반발과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어,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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