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여성 김활란 명예회복이 관건
-김활란을 땅에 묻어온 이화여대부터 반성해야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김활란 막말 파장’의 주인공으로 지탄받은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정 후보는 겁먹은 표정으로 바짝 엎드렸다. 그는 2일 김활란 이화여대 초대 총장이 미군정기에 이대생들을 미군 장교에게 성 상납시켰다고 발언했던 것에 대해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민주당 선대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키니까 따라한 것뿐이다.
그럼 마무리된 건가? 아니다. 김준혁은 “김활란은 (일제 말) 종군위안부를 보내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한 사람”이라는 헛소리도 한 바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를 상대로 섹스했을 수도 있다는 최악의 망언도 늘어놓았다. 이렇게 매듭을 지을 수 없는 지경인데, 정말 궁금하다. 그는 동네 깡패 출신도 아니고 엄연히 국사학자 출신이란다.
그런 김준혁은 왜 국힘당 한동훈 비대위원장 표현대로 “말도 안되는 쓰레기 같은 말을 쏟아내는” 정치인으로 돌변했을까? 그 배경을 알아야 한다. 국사학계는 지난 30년 민중사학에 오염되고 망가진 나머지 반(反)대한민국 성향을 보이는 대표적인 좌파 집단으로 전락했다. 김준혁 역시 그런 부류 인간의 하나임을 새삼 보여준다.
그러니까 저들은 이승만-박정희가 독재자라며 마구 으르렁댄다. 김활란에 대한 반감도 그 맥락이다. 김활란은 근현대 여성교육과 초기 기독교 역사의 보석과 같은 존재다. 무엇보다 시인 모윤숙과 함께 이승만의 대한민국 건설을 도왔던 파운딩 파더 즉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이다. 그래서 좌파 무리가 난리다. 저들이 이승만을 악마화했듯이, 김활란도 악마로 낙인 찍어왔다.
즉 김준혁이가 처음으로 나서서 김활란을 죽이려든 게 아니다. 민중사학 패거리와 좌파가 오래 전 ‘악마 김활란’을 다 만들어놓은 상황에서 그가 2년 전 김용민TV에 출연해서 찧고 까불고 했던 것이다. 당장 이 막말 파동이 선거 판세에 어떤 영향을 줄지부터 관심이다.
김준혁이 국힘당 이수정 후보에게 오차 범위 내에서 우세하다는 게 현재까지의 판세다. 그럼 이게 뒤집힐까? 그리고 운동권 정당 민주당이 유리하다는 현재의 총선 판세를 모두 바꿔놓을까? 부디 수원 시민들이 “김준혁 못된 사람”이라고 판단하고 그를 낙마시키길 나는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관심을 둬야 하는 건 상처 입은 김활란의 명예회복이다. 왜? 김활란은 한마디로 이화여대의 어머니 같은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대학을 설립한 건 외국인 선교사 메리 F, 스크랜튼이란 분이지만, 그걸 맡아서 키워낸 사람은 김활란이다. 스크랜튼이 이화여대의 아버지라면, 김활란은 어머니가 맞다.
때문에 이번에 막말 파동의 주인공 김준혁에게 이화여대가 2일 입장문을 내고 법적 대응을 선언하고 후보직 사퇴를 요구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나는 큰 의문을 품고 있다. 20세기 위대한 여성 중 한 사람을 꼽으면 당연히 김활란이라는 게 평론가로서의 내 판단인데, 그런 김활란의 진면목을 이화여대는 제대로 알고나 있는 것인가?
인터넷 공간을 잠시라도 살펴보라. 김활란을 두고 온 세상이 “악질 친일파”로 규정하고 손가락질하고 있는데 왜 이화여대는 방관하고 있는가? 그렇게 된 게 1, 2년이 아니다. 노무현 시절 이후로 대학 캠퍼스 내 김활란 동상은 페인트와 계란 세례의 표적이며, 정신줄 놓은 이화여대생들은 그 동상을 끌어내려야 대학이 살아난다고 때만 되면 난리법석이다.
김준혁이란 친구는 그런 분위기에서 편승한 작은 악마일 따름이다. 때문에 대학 내의 그런 반(反) 김활란 분위기를 전혀 콘트롤하지 못해온 이화여대가 김준혁에 대해 새삼 핏대를 낸다고 세상이 즉각 바로 잡히는 건 아니라는 걸 지적해둔다. 놀라운 건 따로 있다. 이화여대 커리큘럼에 김활란학(學)을 다루는 3학점이나 2학점짜리 교양 강좌 하나가 없는 점이다.
즉 이화여대 출신들은 김활란의 김 자도 모른 채 졸업한다. 막연하게 친일파라서 기분 더럽다고 욕을 한다. 끔찍한 세상이다. 내가 이화여대 이사장이라면 전교생을 대상으로 ‘김활란 강좌’를 당장 의무 이수하도록 하겠다. 이렇게 지적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딱 1개월 전 이화여대 출판부에서 출간된 두 권의 책인 김활란 자서전 <그 빛 속의 작은 생명>과, 추모문집 <저 소리가 들리느냐>를 구입해 훑어봤다.
이게 김활란 연구의 수준이고, 현주소라는 게 한눈에 들어왔다. 내용은 물론 책의 만듦새 모두가 너무도 초보적이고 한심해서 화가 날 정도였다. 두 책은 30년이 다 되어가는 1999년과 1996년에 각각 출간됐는데, 더 놀랍게도 후속 단행본도 없었다. 그렇다. 지난 30년 좌파의 등쌀에 밀리고 콤플렉스에 쩔고 쩐 나머지 이화여대는 김활란의 김 자도 꺼내지 못하는 지경이다.
자 글의 마무리다. 좌파 쓰레기 김준혁 따위가 문제가 아니다. 실은 이화여대도 관심 밖이다. 정말 핵심은 위대한 20세기 여성 김활란을 악마로 만들어놓은 이 무책임한 나라 대한민국 전체가 문제이다. 그러고서도 우린 밥 잘 먹고, 잠도 잘 잔다. 그래서 기회 나는 대로 김활란과 모윤숙을 언급할 생각이다. 관심 바란다.
칼럼니스트 소개
조우석
현) 평론가
전) KBS 이사
전)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
전) 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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